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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니들이 게 맛을 알어?
 회원_909107
 2022-09-12 14:37:07  |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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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 자코메티의 작품을 직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영동 물한계곡 골짜기에서 사례비 월 60만 원을 받는 목사가 10만 원의 거금을 들여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것은 나와 우리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비추어보면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나는 미친 짓을 가끔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을 때, 미친 짓을 한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 그건 종교의 힘이기도 하다.

자코메티는 파괴되고 일그러진 인간의 내면을 가늘고 긴 형태의 조각상으로 단순화시켰다. 나는 그의 조각상들을 보면서, 특히 그의 대표작인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구약성서의 ‘욥’을 떠올렸다. 그것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 나에게 그의 조각상 한 점은 모든 해답을 주었다. 깡마르고 일그러진 인간, 겨우 서 있는 인간, 그럼에도불구하고 걸어야 하는 인간, 고통과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 인간 실존의 부조리와 아픔이 그의 작품 가운데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드러났다. 자코메티는 나에게 ‘이게 인간이야’라고 단순명쾌하게 답을 주었다. 실존주의자들의 저작들에서 얻지 못한 답을 그의 조각상은 명쾌하게 주었다. 그 뒤로 난 인간에 대해 더 이상의 질문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깨달음과 예술적 감흥에 재를 뿌리는 시설과 장치가 있었다. 자코메티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걸어가는 사람’을 별도의 공간에 독립적으로 전시하여 그곳을 ‘묵상의 방’으로 이름 붙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방석을 깔아놓고, 명상음악까지 틀어 놓았다. 마치 불상을 가운데 두고 앉아 그것에 명상으로 제사(예배)를 드려야 하는 것 같은 기괴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예술 작품을 명상의 한 방법으로 삼는 것과 자코메티의 예술 정신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을 갖고 전시회의 마지막 순간을 찝찝한 느낌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 이해할 수 없는 전시기획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자코메티를 유치하고 기획한 게 코바나컨텐츠 대표인 김건희였다는 것을 요즘에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당시의 전시를 설명하는 몇 개의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김건희의 설명을 듣자 하니 그가 예술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해 한 번도 고뇌해보지 않은 사람이 인간에 대한 고뇌로 탄생시킨 예술작품을 설명한다는 게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자코메티의 철학과 예술 정신에 맞지 않는 신비적 종교의식까지 끼워 넣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건진법사 등과 같은 무속의 영향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에 종교의식이라니, 이런 모지리 쪼다 같은 짓이 그녀의 저급한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예술작품만 그런가? 교회도 마찬가지다. 값비싼 건축물을 도시의 요지에 세워두고 예수의 이름으로 예배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 작태들이 자코메티의 철학과 예술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속적 사유로 접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예수님처럼 살려고 발버둥쳐야 구원받는다는 걸 무속적인 사유로 포장하여 예수를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김건희 류의 화법이다. 마치 자코메티의 철학과 예술 정신을 천박한 한 여자의 입술로 더럽히는 것처럼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교회들이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명성교회는 그런 교회의 상징이 되었다.

독일 교회들이 히틀러와 손잡은 것은 교회를 위해서였다(추태화의 책 ‘권력과 신앙: 히틀러 정권과 기독교’를 보라). 일제강점기에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한 것도 교회를 위해서였다. 교회가 목적이 되고 예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김건희가 자코메티를 논하는 것과 같이 교회가 예수를 설교하고 있다. 김건희에게 자코메티는 예술가가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었듯이 교회에 예수는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자코메티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를 아는 척하며 설명하는 김건희나, 예수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예수를 설교하는 목사들이나 다 똑같은 장사꾼들이다.

자코메티도 모르면서 아는 척,

예수도 모르면서 아는 척,

니들이 게 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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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2 14: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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