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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에서 혼란스러운 우리는, <두근두근두근거려>
 회원_290281
 2022-09-27 05:04:20  |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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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사전에서는 덕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참 다양한 분야들에 덕후가 많은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덕후라고 하면,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들을 나타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나오고, 자신의 덕력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분위기죠. 오히려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회에 큰 손해를 끼치는 분야만 아니라면 어떤 것에 몰두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좋은 취미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오타쿠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비웃고, 취미를 재단하려고 하기도 하지만요. 여러분은 어떤 분야에서 오타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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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두근거려>는 제목처럼 시작부터 가슴이 뛸만한 장면을 하나 보여줍니다. 남학생이 나무 아래로 여학생을 불러냈습니다. 와 이 분위기는 딱 그거죠! 고백이라도 할 것 같은데요. 남학생은 자신이 불러낸 여학생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 보이는데 어려운 말인지 우물쭈물해요. 사랑한다거나, 사귀자거나. 그런 말들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여학생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보니 남학생이 용기만 조금 내서 고백한다면 받아줄 것 같은데요. 이 긴장을 지켜보는 저 역시 고등학생이었을 때가 생각나면서 떨리는 것 같네요. 조금 뒤, 남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보다 충격이었습니다.

 

‘네 수영복이 갖고 싶어...’

 

네? 뭐라고요? 네 마음도 아니라 수영복이 갖고 싶다니. 이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여학생은 욕을 하며 남학생의 뺨을 때리고 사라집니다. 남학생이 어떤 마음으로 여학생한테 이런 말을 내뱉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무례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여학생이 기분이 나빴다면 과정이나 속마음은 뒤로하고 옳지 못한 상황인 건 맞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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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맞은 수영복 덕후 남학생의 이름은 배수구입니다. 좋게 말해 수영복 덕후이지 수구는 수영복 도착증이 있어요. 물론 수영복 도착증이 있다고 해서 몰래 수영복을 훔친다거나 하는 일은 아직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쉽사리 드러내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뺨을 맞고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고등학교 생활 역시 상쾌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이 수구의 담임을 맡게 된 선생님 역시 범상치 않아 보여요. 수구부를 담당하고 있는 채민준 선생님은 물을 얼마나 좋아하면 수영복을 입은 채로 교실에 들어오거든요. 수구와 참 잘 맞는 선생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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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두근두근두근거려>를 보았을 때, 파스텔 색감으로 진행되는 겉모습처럼 아름답고 아련한 청춘 로맨스물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던 첫 번째 화부터 수영복을 달라고 산통을 깨니 깜짝 놀랐었고요. 한편으로는 역시 하일권 작가님의 다른 작품처럼 평범하지 않게, 작가님만의 독특함으로 새로운 감동을 풀어나가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제 예상이 맞았어요. 수구는 수영복만 바라보는 사람은 아닙니다. 수영복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수구의 내면에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상처와 고민도 있죠. 수구는 언젠가부터 말라버린 강물을 보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곧 썩어버린다.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고여버리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웹툰에서 꽤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수구 자신이 자신을 평가한 내용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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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는 상처를 잘 극복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수영복을 달라고 고백했다가 뺨을 맞아놓고서는 금세 잊어버린 것인지 학교 수영장 창문으로 다른 학생들이 수영복을 입고 운동하는 장면을 찍었거든요. 죄짓고는 못산다고 그 장면을 담임 선생님에게 들키기까지 해요. 수구의 미래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교무실에 끌려가고 부모님을 학교에 불러서 아드님의 수영복 집착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될 수도 있겠죠. 보통이라면,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수구의 선생님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일을 인질로 삼아 수구부에 들어오라고 하죠. 수구부에 들어올 부원 한 명이 모자라서 반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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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의 이름과도 어울리는 수구부. 하지만 수구는 수구부에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수영을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 더 중요한 사실은 여자 수구부라는 것이죠. 선생님은 그런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여장하면 된다고. 수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제안을 받아들여요. 수구가 현재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수구의 아버지거든요. 어떤 부모님이든 자기 아들이 수영복 사진 몰려 찍다가 걸렸다고 한다면 가만히 두지 않겠죠. 게다가 같은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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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부에서 지내리란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상황에서 여장하고 정체를 숨기기도 쉽지 않을 텐데, 변장하고 물에 들어가야 하니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상상해보면 그렇지 않나요..? 가슴에 무언가를 잔뜩 집어넣고 물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러다 무언가 쏙 빠져서 물 위에 동동 뜬다면.... 아무튼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잠시 언급한 것처럼 수구는 수영복과 친한 것이지 물과 친하지는 않는다는 것. 맥주병 그 자체인 수구가 수구 경기를 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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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세상이었던, 고여 있다가 못해 썩어가려던 수구의 인생에도 색이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바로 같이 연습하는 친구들의 수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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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얼렁뚱땅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 이 수영복 덕후 수구는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그렇죠. 덕후가 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하겠지만, 일상이 힘들 때 빠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뭐든 몰두하면 잊을 수 있다고 조언하니까요. 과연 수구는 이상한 덕후 생활을 청산하고 수구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두근두근두근거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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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0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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