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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갔느냐고 묻지마라, 왜 죽었냐고 물어라
 회원_701624
 2022-11-13 14:32:15  |   조회: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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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1029

왜 갔느냐고 묻지마라

너희들은 물을 자격이 없다

왜 죽었냐고 물어라

그래야 사람이다

아스팔트 바닥에 널부러져

생면부지 누군가의 처절한 손길에

너의 목숨을 맡겨 보았느냐

눈 감고 숨 죽여

자신에게 물어 보라

꺼져버린 심장과 멈춰진 호흡 앞에

니가 얼마나 비정치적인

본능의 동물이 될 수 있는지를

축제는 축제로 끝나야 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에 있었고

흥분과 기대와 설렘에

몸부림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예정된 죽음이 아니었으니

죽음의 잔치에 초대받지 않았기에

이태원역 1번 출구 계단을 오르며

피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피는 금새 식어버렸다

그들 중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신발이 벗겨지고 안경이 깨지고

몸뚱아리가 짓밟혀지는 것을

한 번도 본적 없던 이가

내 바지를 벗기고 내 가슴을 만져도

부끄러워 할 수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포기해야 했다

내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왜 살아남지 못했냐고 묻지마라

살고 싶어서 살아 남아 보려고

살아서 더 삶을 즐기고 싶었지만

그럴려고 버둥거려 보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족과 친구를

춤과 음악을 버려야 했다

이제는 가버린 자와

남겨진 자로 갈렸다

이 분단의 바리케이트는 잔인하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사람이 사람에게

섣부른 단절의 선을 긋지마라

떠난 이와 보낸이 모두는 사람이다

그 날 저녁 밥상에서 수다를 떨며

함께 찌개 그릇에 숟가락을

집어 넣었던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기억하자

오로지 통곡하자

시리도록 분노하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은 건 이것 뿐이다

숨 쉬는 자가

죽은 자들에게 바칠

유일한 위문 공연

-아모스 김동혁.

 

https://www.facebook.com/groups/JaemyungLee/permalink/2021442638046836/

2022-11-13 14: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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