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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최후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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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04 14:18:00  |   조회: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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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21부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부장판사님.

오늘은 딸의 장학금 수령 건에 대해 소명한 후, 종합적인 소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도학생인 제 딸이 의전원에 입학한 후 성적이 나빠 유급을 받고 학업을 포기하려 했을 때 노환중 교수님께서 면학과 격려 차원에서 선친 조의금으로 만든 장학회 장학금을 주었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받고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유서까지 작성하셨다는 말을 본 법정에서 들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환중 교수님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어떠한 방식으로건 노환중 교수님을 포함한 부산대 관계자 어느 누구에게도 노 교수님을 딸의 지도교수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딸에게 장학금을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습니다. 노 교수님 역시 저에게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그 어떠한 부탁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딸이 장학생으로 선정될 당시 저는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반정부인사였는데(2022년 1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저를 불법사찰했음을 인정하고 위자료 5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무슨 덕을 보려고 노 교수님이 제 딸을 장학생으로 선정하셨겠습니까. 노 교수님이 당시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제가 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것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보험성 특혜”를 들었다는 것입니까. 대선 직전까지 어느 언론에서도 저의 이름은 민정수석 후보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부산대 병원장 검증에 제가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합니다. 터무니없습니다. 먼저 청와대의 사실조회회신(2021.12.21.자)에도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국립대 병원장 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의 전결 사항입니다. 공직기강비서관의 전결 사항에 민정수석이 개입하는 일은 없습니다. 민정수석으로서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검증을 챙기는데에도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동 사실조회회신에 첨부된 국립대 병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검증 결과 요약 보고’의 상단 결재란을 보면 ‘수석비서관’ 칸에 제가 아니라 김종호,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친필서명을 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노 교수님은 부산대 병원장 후보로 선정되지도 않았기에, 민정수석실이 검증을 하지도 않았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자산이 있는 집안에서 왜 장학금을 받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시 부산대 의전원의 장학금 수혜율은 약 90%였던 것으로 압니다. 뇌물죄 기소를 당하고 보니, 애초에 고사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합니다. 그렇지만 뇌물죄 기소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의 점 살펴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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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혐의별로 최후진술을 하였습니다. 이제 종합 소견을 올리겠습니다.

2019년 8월 9일 부족한 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검찰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검찰, 언론, 정치권의 무차별적 파상공격이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잊혔겠지만, 애초 저는 “사모펀드를 이용하여 대선자금 또는 정치자금을 모은 권력형 비리범”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온 언론이 “조국 펀드”라는 제목의 기사로 도배되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사모펀드와 저의 연관성이 나오지 않자, 자식들의 인턴증명서로 칼끝이 이동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어디서 입수했는지 불법유출된 제 딸의 고교 생활기록부를 공개하였습니다. 이후 거기에 적혀 있는 인턴 활동의 내용과 시간 등에 대한 초정밀 수사와 이에 기초한 기소가 이루어졌습니다. 자식의 생활기록부에 대한 초정밀 수사는 저희 부부에 대한 기소는 물론, 딸의 입학 취소로 이어졌습니다. 딸이 치르고 있는 고통에는 피가 마르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묵묵히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불법 유출된 생활기록부를 공개한 주 의원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하였고, 이후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려 수사는 중단되었습니다.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실무 관례에 따라 마무리되었던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종료’를 들고나와, ‘감찰 중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수사를 재개한 후 2019년 성탄절을 앞두고 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피고인신문과 이전 최후진술에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당시 저의 ‘후속 조치’에 대한 판단이 미숙했다라고 꾸짖으시면 달게 받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기소는 “직권남용죄의 남용”이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상의 과정을 겪으면서 1940년 미국 연방대법관 로버트 잭슨이 미국 연방검사협회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연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즉,

“검사의 가장 위험한 힘은 검사 자신이 싫어하거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특정인을 선택하거나, 인기 없는 특정 집단을 선택한 다음, 그들의 범죄 혐의를 찾는 것에 있다.”[Robert H. Jackson, “Federal Prosecutors”, 24 J. Am. Jud. Soc’y 18 (1940), 31 J. Crim. L. 3 (1940)].

이러한 일이 진행되는 하루하루는 생지옥 같았습니다. 법무부장관 직을 수락한 후과(後果)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최소 70군데에 달하는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족 누구의 동의도 없이 제출된 가족 PC 안에 있었던 몇천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10여 년간의 가족 간의 소소한 문자 대화가 공개되고 조롱받았고, 그것이 유죄의 근거로 원용되었습니다.

압도적 검찰권의 행사 앞에 저는 무력했습니다. 자식 관련하여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접촉을 회피했습니다. 딸의 친구들은 검찰 조사에서는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된 후에야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유재수 사건의 경우 감찰반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갑자기 이전 진술을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배우자는 중형을 선고받은 후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형집행정지를 받아 두 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독립보행이 어려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비로서,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증발해버린 딸의 아픔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계속되는 ‘멸문지화’(滅門之禍)의 고통 속에 있는 가족을 챙기고 돌보아야 하는 가장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법률가 친구들은 걱정이 되어 저에게 말했습니다. 즉, “정신 바짝 차리고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마무리하게 하지 마라!”라고 말입니다. “죽지 마라. 살아 있으라!”는 말을 에둘러 했던 것입니다. 무참한 심정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분노와 절망의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재판받는 신세인지라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의 글과 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깊은 자성과 쓰린 자책의 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제 말과 저의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저 자신과 자식의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저에 대하여 신뢰와 기대를 보내주신 많은 사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 반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퍼붓는 폭우를 같이 맞으며 위로와 격려를 해준 벗, 친구,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저와 제 가족을 긍휼히 여겨 수시로 기도 말씀을 보내주신 신부님, 목사님, 스님, 교무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제 가족은 ‘무간지옥’(無間地獄)의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검찰은 저에게 중형을 구형했고, 이제 재판부의 선고만 남았습니다. 저와 제 가족의 명운(命運)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오늘까지의 최후진술에서 제가 아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대로, 제가 기억하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검찰은 의견서 등을 통하여 여러 조각의 증거와 정황을 들며, 제가 온통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의심을 하는 것은 검찰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검찰의 비난과 피고인의 소명을 균형 있게 보는 것은 법원의 몫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부장판사님.

대학 시절 이후 법을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요즘만큼 “피고인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다”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는 없었습니다. 법무부 장관도 민정수석도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 호소합니다. 아픈 몸으로 옥 살이를 해야 하는 아내와 상상도 못 한 시련으로 방황하는 자식들을 수발해야 하는 집안의 가장으로 호소합니다. 검찰의 의심과 추측과 주장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주십시오. 저의 소명의 취지에 대하여 한 번 더 귀 기울이어 주십시오.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2. 12. 02.

조국 올림.

 

 

 

2022-12-04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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