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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승부를 보려해도 결국 모두가 상처입고 패자가 되는 세상
 회원_605640
 2023-03-14 15:31:21  |   조회: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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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대표의 비서실장 자살로 시끄러운 한 주였다.

좋은 일이 아니면 쉬쉬하기 마련인데 산 사람들의 이해가 걸려있으니 그냥 지나갈 수 없나보다.

자살의 원인은 밝혀내기도 어렵지만, 밝혀낸다고 해도 제대로 알릴 수도 없다. 일단 유족들은 그것이 팩트든 아니든 고인에 대한 불리한 정보가 나가길 원치 않는다. 죽음으로서 고인이 받을 벌을 충분히 받았는데 고인의 여죄를 밝힐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진실과 상관없는 '고인의 성역화'가 이뤄지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실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 주변인물이 자살한 게 5명이라는데 그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묶는 것은 무리다. 그것을 이재명 때문이다, 검찰 때문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묶으면 '이야기 하기 좋은' 단순 서사가 될 순 있어도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간명하지 않기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선입견의 경계를 스스럼 없이 넘어서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주변인물 중 2명, 유한기와 전형수의 세속적 원인을 찾자면 '공무원 연금'이 아닐까 싶다.

유한기는 대장동 관련, 전형수는 성남FC 관련 수사대상이었다. 전형수의 경우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으니 이재명의 '여죄'가 확대될 수록 그의 역할을 더 따져묻는 일이 많았을 거다.

두 사람 다 60대이고 30~40년 늘공으로 일했으니 은퇴 후 거의 유일하게 기댈 곳이 공무원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수급자가 사망하더라도 남은 가족의 생활안정을 위해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그 액수는 퇴직연금 대비 최대 60%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해당 공무원이 재직 중의 잘못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연금의 절반이 깎인다. 유족 연금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공직사회 안정화를 위해 직업공무원제를 확립한 이래 공직사회는 꾸준히 안정화됐는데, 이는 거꾸로 적극행정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어떤 소명의식으로 일을 새롭게 벌이다가는 '직권남용'으로 처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늘공 두 분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니 검찰 수사대상이 됐을 때 드는 심경이라는 게 '나이 60 넘어서 나에게 왜 이런 일이'가 아니었을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수도 생각했을 것이다. 워낙 이런저런 일 다 지켜봤을 연배이니 본인에게 닥칠 고초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로 인해 연금이 깎이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할 가족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이니 또 다른 문제다.

연금 수급의 걱정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변호사 비용이다. 최근 몇년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고관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는데 최소 수억, 많으면 수십 억의 변호사비를 물었다고 한다. 강남 아파트 한 채만 팔아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분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신문에 이름 한 줄 안 나오는 분들이 법정에 설 때다. 전술했다시피 가장 중요한 연금이 깎일 수 있으니 재판을 등한시 할 수도 없다.

그들이 죄가 있건 없건, 검찰이 기소 의향을 저울질해 법정에 세우려는 순간 현실적인 고민은 시작되는 것이다.

비극적이게도 이 상황의 가장 간명한 해결책은 재판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다. 사후까지 시비를 가려서 벌을 줄 정도의 야만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전형수가 죽기 전에 맞닥뜨려야할 가장 세속적인 고민이 이거라고 본다. 거꾸로, 가장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가족의 안위를 지킨 셈이다. 나는 가장으로서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유서에 쓴 얘기들, 죽음을 결심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으로 내몬 사람들에 대한 원망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내게 닥친 시련은 내 방식으로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럴 때 튀어나오는 '살아서 싸우라'는 아무 의미 없다. 그건 '해피 엔딩'을 확신할 수 있을 때나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 되어 남은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드리운다.

안 그래도 우울했던 사회가 너도나도 자살을 얘기하면서 더더욱 우울해진다. 이 또한 사회 퇴행의 사인이라는 건 분명하다.

아무리 열심히 승부를 보려해도 결국 모두가 상처입고 패자가 되는 세상을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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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15: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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