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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놓지 못하는 이유, <인문학적 감수성>
 회원_691436
 2023-03-01 15:00:41  |   조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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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돈 많은 집 애들이나 할 수 있는 거야.’ 제가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간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저에 대해 잘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비단 저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동기들도 이러한종류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답답함을 토해냈었죠.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돈은 많아도, 나오는 돈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아니, 많은 돈을 가져가는 쪽은 너무나 소수니까요. 그런 판도를 잘 알면서도 오랫동안 예술계에 남아있으면서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고, 이만 하면 포기할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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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이는 어렸을 적부터 이상한 현상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린 그림들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색이 바랜 것도, 지워진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언제 내가 그렸느냐는 듯 백지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 포기할 수 없어 여러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나온 결론이 바로 ‘타투이스트가 되자’ 였습니다. 사람 피부에 잉크를 새겨넣는 작업을 하면 사라지지 않을 거라 판단했거든요. 그렇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 자라난 이제가 되어서 어렸을 적 그렸던 그림이 눈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었어요.

자신에게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타투를 받으러 온 손님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수성. 타투 작업을 받아본 경험이 많은 저는 수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쉽사리 이해하기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타투 작업은 이 작업을 받는 이와, 하는 이의 교감으로이루어지는 예술입니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는 조금 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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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받은 용이 사라져버린 문학은 크게 화를 냅니다.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수성이 다시 작업을 해주겠다고말을 하지만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데요. 다시 사라질지도 모르고, 아픔을 참아내고 받았던 건데 다시 그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다시금 작업을 받는 대신에 수성이 룸메이트 인선과 살고 있는 집에서 자신 역시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요. 때마침 직업을 잃고 갈 곳이 없었거든요. 

일이 그렇게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자꾸만 문학이 지내는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의 원인이 누군지 아세요? 글쎄, 사라져버린 용이었어요. 그들은 용의 입으로 사라진 그림들이 생명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수성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잃어버렸던 모든 그림을 찾으려고 합니다.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렇기에 고된 일일 수도 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힘이 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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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내며 가까워졌던 문학과 수성. 문학은 수성에게 자신이 왜 타투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렸을 적에 누군가 자신의 손목에 그림을 그려준 일이 계기였대요. 그래서 힘이 났지만, 볼펜으로 그려 사라지니 자신의 용기도 함께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마치 제 마음속을 훑고 간 것만 같은 내용에 놀랐어요. 

몇몇 사람들은, 아니 꽤 많은 사람은 여전히 타투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봅니다. 때로는 타투로 인해서 사회적 제약이 생겨나기도 해요. 물론 좋지 못한 의미를 가진 채 타투 작업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도 존재할 겁니다. 이것을 위협의 수단으로 쓰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시기에 고양이 캐릭터의 타투를 받았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겁던 나날들이었는데, 타투를 받은 이후로는 힘이 났어요. 마치 제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거든요. 제 곁을 떠날 리도 없으니 배신을 당할일도 없어 전적으로 믿을 수도 있고요. 모두가 타투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일, 어떤종류의 것에도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타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조금 더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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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몸에서 나온 용은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벌레들이 날아오는 것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용 문신이라는 이름이주는 이미지와 다르게 겁이 많은 아이거든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과 당당히 마주하는 태도. 우리도 우리의 약점과 제대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서 그런지 그림 찾기는 순조롭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성이 어렸을 적 그렸던 동화책의 주인공인 눈토끼와 만나게 되었어요. 눈토끼는 자신 이야기의 결말을 완벽하게 그려주어야 다음 그림과 만날 수 있는 단서를 준다고 하네요. 결말을 쉽사리 만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눈토끼는 해피엔딩이라는 말의 의미를 전달해요. ‘소중한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라고요. 

저는 항상 해피엔딩은 무엇이냐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제 인생이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어떤 것이 행복인지를 모르겠거든요. 무작정 사랑하는 사람 옆에만 있는 것이 행복일까요? 아니면 돈이 엄청 많아서 고민하지도 않고 사고 싶은 것은 전부 사버릴 수 있는 것이 행복일까요? 

사람마다 그 의미는 다르겠죠. 하지만 저는 눈토끼의 말에 눈물을 조금 흘렸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있어 해피엔딩은 제 꿈을, 제가 생각하는 스스로가 가장 멋있을 때의 모습을 사회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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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감수성>에서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이야기만 들려주지는 않아요. 내용을 이끌어가는 인물 중에서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도 있거든요. 저는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글을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그것을물고 늘어졌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 괴로우니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한다고. 글은 돈도 안 되고, 직업으로도 쓸 수없다고. 그렇게요. 하지만 한 컷에 담긴 대사에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어요. 큰 울림을 주었거든요.

비단 글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우리는 서서히 꿈을 놓아주게 되니까요. 저는 이웹툰이 지친 예술가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내가 예술을 놓아주어야 할 때 인가 고민이 된다면 네이버 웹툰, <인문학적 감수성>을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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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 15: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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