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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진실한 사랑이란 정말 존재하는가,
 회원_335574
 2023-03-06 13:45:04  |   조회: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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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할 때는 참 좋다. 마치 내가 살던 세상이 연극 무대가 되고, 나와 상대방이 주인공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엑스트라고, 내 일상을 힘들게 만들었던 크고 작은 시련들도 주인공에게 늘 따라다니는 사소한 서사라고 생각을 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에 짓눌려 버둥된다. 차에 치인 개구리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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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속마음을 밝히는 나리. 끝이 어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에 시간을 쓸 바에는 스스로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을 한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지금은 쉬고 싶다. 나리가 이런 긴긴 휴식을 선택하게 했던 것은 가장 최근에 이별한 남자 친구였는데. 그는 나리와는 결혼의 ‘결’ 자도 꺼내지를 않더니 새로 사귄 여자와 두 달 만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참, 그 남자도 사람 기분 엉망으로 만드는데 뭐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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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와 친구는 남자의 이야기를 하며 속도위반 아니겠냐고 짐작을 한다. 그렇게라도 그 둘의 흠집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려나. 나를 버리고 새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와 결혼하는 남자 친구와 상대 여자. 그 둘이 어떤 생각으로 결혼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나만 초라해지는 기분이다. 아무리 그 둘을 상상 속에서 온갖 단점을 찾고 지옥으로 보내도 결국 현실에서는 그 둘이 나와는 다르게 행복하다는 결론이 나와 버린다. 이 이별은 내 잘 못이 아니었는데. 나는 잘 못한 게 없는데. 왜 나만 불행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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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남자를 합법적으로 불행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한다. 나는 다치지 않고 너만 다치는 방법. 사람들은 말한다. 스스로가 다치지 않는 복수는 없다고 말이다. 만약, 네가 누군가를 아프게 만들려면 그 일을 시도하는 너 역시도 아플 거라고. 분명 나를 아프게 했던 그 남자는 상처 주고도 잘만 살던데? 아,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아니, 연애는 너무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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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때마침 아는 언니가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준다. 단편적인 정보만 들고 나간 자리에서 나리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남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알 수도 없고, 자신에 대해서 늘어놓는 이야기 중에서는 나와 맞지 않는 점들도 너무나 많지만 현재로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이게 사랑이라고,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싶어. 또 다시 그렇게도 들어가기 싫다고 말했던 연애에 말을 들여놓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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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데이트 상대인 무기는 살아오며 자신을 이방인이라 느꼈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대다수가 동의하는 일들에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리뷰를 읽는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이주, 한 달, 어쩌면 일 년. 하지만 나리와 무기는 너무나 이른 시간에 서로에게 스며들어 간다. 평소에는 쉽사리 꺼내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며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놀라게 되기도하고. 어떤 이들은 얼마나 오래 사랑했는지 그 시간을 재려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 속마음을 말할 수 있었던 우리의 대화. 그거 하나면 하루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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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세 번째 만남. 심야 영화를 본 둘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함께 호텔로 가는 쪽을 선택한다. 나리는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연애를 회고한다. 볼품없었던 첫 남자친구와의 키스. 키스하면 무조건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 것처럼 대하던 두 번째 남자친구. 처음은 아니었지만 짧은 그 시간 동안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는 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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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무기와의 관계가 끝나고 나서 자신이 너무 성급하지는 않았나 돌아본다. 그렇게 많은 고민으로 잠을 자지 못하지만,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무기는 이런 복잡한 속내를 모르는지 잠에 깊어 들었다. 처음이건, 몇번이건.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말 내가 배려를 받았는지. 그래서 이 관계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 건지. 그건 무척이나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너무 성적인 것만 앞서지 않도록. 그래서 감정적으로도 온전히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들도록. 이는 경험 횟수에 상관없이 필수로 이뤄져야할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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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 사이가 된다. 나리가 원했던 대로 상대를 자신의 옆에 두는 건 성공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어도 여전히 사랑해줄지 의문이기 때문이었는데. 서로를 오래 보고 만난 경우가 아니라면 나리 같은 고민을 모두가 할 것이다. 나의 가정사, 화장하지 않은 얼굴, 억지로 참아내지 않은 성격들. 이런 것을 상대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않을 때는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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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만나면서 나리를 계속해서 지난 연애를 떠올린다. 남들이 모르는 버릇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우월감을 느끼던 그때. 지나고 보면 그런 사소한 것에 왜 울고 웃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당시에는 무척이나 소중한 지표였을 거다. 연애란 참 신기하다. 사람을 하늘 위로 붕 떠 오르게 만들었다가, 다시 땅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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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무기와 만나면서 자신과 맞지 않은 부분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잘 맞춰가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방금 잃어버린 그 조각보다는 무기가 스스로 더 중요하기에. 우선은 빈 곳을 무시하기로 한다. 아직은 다른 곳에 집중하면 애써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틈이니까. 지금은, 지금은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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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연애 기간이 길어지며 여러 고민이 생기는 나리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십 년 넘게 만난 무기의 친구. 성별은 여성. 나리는 그녀에게서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여기서 기분 나빠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 과연 둘은 서로의 설레는 첫 만남을 계속 마음속에 담아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다른 이와 그랬던 것처럼 잊어버리게 될까. 조금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 한쪽을 울리는 다음 웹툰. 번째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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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13: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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