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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16과 할로윈 10.29, 정말로 다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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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16과 할로윈 10.29, 정말로 다릅니까?
  • 딴지 USA
  • 승인 2022.12.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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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집의 초상에 간 적이 있다. 불과 스물 한두살이었던 것같다.

80~90대 노인 초상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 경우는, 다들 영정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분향하곤 돌아서서 밥상에 앉아 지인들과 떠들썩하게 술에 안주에 입속에 털어넣곤 한다.

호상(?)의 경우는 오히려 사람들의 표정이 훤하다. 오랫동안 노인 병치례하시느라 며느리며 자손이며 고생한 경우, 수고했다고 술 한잔씩 권하고 심지어 잔치 분위기 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젊은이가 떠난 데서는 아무도 그렇게 못한다. 누구도 왁자지껄 술에 안주에 먹거나 마시거나, 그러지 못한다.

그 분위기는 마치 기둥이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은 풍지박산난 집에 들어앉은 느낌 딱 그것이다. 반가운 사람 얼굴을 오랫만에 봤다 해도 웃음이 나오지 못한다. 자기 식구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일까?

젊은이의 죽음 앞에서는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젊은이의 영정 앞에 서면 이렇게 말한다. "데려가려면 이 늙은 것이나 데려갈 것이지....."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모두의 미래는 지금의 젊은이들, 어린이들한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잃는다는 건 미래를 잃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라면,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게 마련이다. 어디나 그럴 것이다. 아무도 그런 죽음을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대 병원에서 신생아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회적 공분이 극렬했다., 그 담당 의료진은 거의 모두가 구속되고 기소됐다. 그런 과거에 비춰 볼 때, 물경 156명이 한꺼번에 죽는 과정에 공권력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 묻는 질문은 매우 준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해당 구청장은 자기가 할 껀 다 했다 잘못한 거 없다라고 인터뷰하고 앉았고, 행안부 장관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없다고 발뺌을 했다. 서울시장은 아예 얼굴을 내비치질 않았다. 대통령은 꽃장수들을 불러서 영정도 위패도 없는 국화꽃 모음전(?)을 벌인 후 거기 가서 절해 놓고 자기가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아마도,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자들은 자녀의 죽음이 부모에게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 사건 때 대통령도 뜬금없이 "애들이 구명조끼를 다 안 입고 있었어?" 이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의미는 뭔지에 대해 개념이 없었다.

세월호 4.16과 할로윈 10.29는 다르다는 소리들을 많이 한다. 물론 많이 다르다. 하지만, 사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세상을 떠나는 그곳에 공권력이 부재했단 점에선 똑같았다.

행정안전부는 장례비 일인당 1500만원씩 주면 이 사건이 끝날 줄 알고 있는 것같다. 아예 아무런 개념이 없다. 자녀를 잃은 부모는 그 이후의 인생을 전부 잃은 것이다. 젊은이들을 잃은 사회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데 대해 경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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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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