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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야기 #개를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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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야기 #개를삽니다
  • 딴지 USA
  • 승인 2023.01.05 12: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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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이야기 >

# 개를 삽니다

예전에 시골 마을 담벼락에 많이 보던 문구입니다. 시골길을 가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마치 고대 벽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때는 보신탕을 즐겨 먹던 시절이고 개가 식용으로 사육되던 때였으니 굳이 목적격조사를 생략해도 ‘개(를) 삽니다’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개(가) 삽니다’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누구도 이 집에 ‘개가 살고 있다’고 읽지 않습니다.

# 나가서 동무들하고 놀거라

할머니는 장손인 나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할머니는 한 번도 나에게 거친 말이나 찡그린 표정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를 홀대할 때가 한 번씩 있었습니다. 내가 마루 밑의 강아지를 끌어안고 놀 양이면 평소와는 다르게 내 등짝을 파리채로 후려치며 결기 있는 목소리로 “나가서 동무들하고 놀거라.”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서운하고 슬퍼서 몇 번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크고 나서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하나의 사물이나 세계에 집착하게 되면 사람 됨됨이가 물러지고 편협하여 세상살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깊은 뜻이었던 게지요. 특히 개 같은 동물에게 정서가 몰입될 때 사람은 외부와 정서적 교류가 단절될 위험이 있다고 할머니는 생각하셨던 겁니다.

# 유태인은 왜 예수를 죽였나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민족을 꼽으라면 유태인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적 전통을 매우 중시하는 민족으로 인간과 세계를 율법적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율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맙니다. 형식과 규율만 있고 율법이 지향하는 근본 가치는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선민사상에 찌들어 있는 유대교 지도자들은 유대민족과 이방민족, 율법을 지키는 자와 지키지 않는 자, 남자와 여자 등으로 분리주의적 인식체계로 인간과 세계를 차갑게 나누었습니다. 그런 그들 앞에 예수가 나타납니다. 그는 가장 질이 나쁜 죄인으로 불렸던 세리와 창녀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엄격한 유대교적 정결의식을 함부로 훼손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기를 즐겼습니다. 이방인과 죄인과 가난한 자들과 여자들에게 구원을 선포하였습니다. 구원은 오직 율법을 통해서 유대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데, 그것을 만민에게 값없이 거저 주는 예수를 그냥 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 폭력적인 종교는 왜 발생하는가

유태인의 폐쇄성과 폭력성은 종교적 편협성에서 나옵니다. 이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다른 점은 그들이 믿는 신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근본주의(원리주의)는 외부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집단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내집단(內集團)을 결집시키고 외부의 적과 싸우려는 과격한 동기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런 근본주의는 사실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핵심가치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외적 가치, 즉 종교의 형식과 제도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가치라면, 모든 것을 희생해서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종교적 형식으로써의 예배나 교회라 하더라도 그것을 바쳐 사람을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주의 기독교는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예배를 강행하고 교회라는 형식과 제도를 지키려고 해왔습니다.

# 개와 검찰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의 모든 요직을 검찰 출신이 장악했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해방 후 한 번도 민주주의를 경험해 보지 못한 집단입니다. 폐쇄된 조직 안에 견제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합법적 절차 없이 자기 뜻대로 예산을 유용하고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집단이 된 것입니다. 한 번도 검찰 밖으로 나와 밝은 빛을 보지 않고 음습하고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백정 노릇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그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검찰의 권력을 더 강화하고 영속화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검찰 근본주의자들입니다.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비행할 때도 대통령은 그의 집무실에서 개와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어떤 비리가 있어도 견제받아본 적이 없는 검찰 출신 대통령의 정신세계에는 국가의 안보나 시민의 안전, 경제적 위기보다 검찰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개하고만 놀아본 경험, 검찰 안에서만 살아본 경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던 것입니다.

# 개가 삽니다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은 ‘개(를) 삽니다’가 아니라 ‘개(가) 삽니다’로 읽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민사회의 교양과 상식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의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그의 정신세계에는 술과 개, (대통령)놀이와 검찰, 쾌락과 권력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마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사랑’이라는 문자적 기호 외에는 사랑의 어떤 징후도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도 폐쇄적 조직과 근본주의 안에 검사와 목사들은 법조문과 성경을 ‘개(가) 삽니다’로 읽고 있습니다. ‘개(를) 삽니다’를 ‘개(가) 삽니다’로 읽는 자들이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읽으라고 협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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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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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_318877 2023-01-06 01:01:32
찰떡 비유, 멋진 통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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