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그런데 그들은 왜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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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들은 왜 죽었는가
  • 딴지 USA
  • 승인 2023.02.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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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없다.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에밀 뒤르켐은 자살을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해한 최초의 사회학자다. 근년에 일어난 정치인들의 자살 행렬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박원순, 노회찬, 우리 시대의 청렴하고 탁월한 진보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의 정치적 노력에 의해 양극화된 불평등 구조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가 가능해졌다. 특히 노인, 노동자, 저소득층, 교육 분야에 관심과 예산이 늘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죽었는가.

노무현은 이명박이 죽였다. 치졸하고 야비하게, 야만적인 방법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살해했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간 가장 상징적인 것이 ‘논두렁 시계’였다. 청렴하게 살아온 사람, 강직하게 불의에 맞서 살아온 사람, 자기 이익을 버리고 대의를 살아온 사람에게 ‘논두렁 시계’는 가장 천박하고 유치한 이미지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논두렁 시계’는 기술자에 의해 정교하게 조립된 심리학적 살인 도구였다.

권력이 명령하고 심리학자가 도구를 만들고 언론이 그것으로 십자포화를 쏟아댄 것이다. 당시에 눈만 뜨면 방송과 신문과 포털에서 개 짖는 소리가 하루종일 끊이지 않았다. 언론이라는 사냥개를 풀어 그의 인격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할퀴고 물어뜯으며 잘근잘근 씹었다. 그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홍수처럼 쏟아낸 가짜뉴스들은 뉴스가 아니라 저주의 주술이었다. 주술(呪術)이란 기원자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어 그것이 성취되도록 하는 언어적 기재다. 가짜뉴스를 반복적으로 여러 집단에서 떠들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주술의 힘이다.

언론은 진실을 말하는 집단이 아니라 주술을 반복적으로 외는 사교집단이 되어 어렸다. ‘노무현 죽어라, 노무현 죽어라, 노무현 죽어라’고. 이 주술에 감염된 사람들은 연일 노무현을 조롱하고 침 뱉었다. 그래서 노무현은 죽었다. 인류학자 프레이저는 <황금가지>에서 주술적 행위, 주술적 사고는 원시 인류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대한민국이 언론이라는 샤먼의 주술에 이성이 통제당할 만큼 원시적인 사회라는 걸 보여준 것이다.

진보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순결의식 같은 게 있다. 자기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자기 순결성이 더럽혀진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못견뎌한다. 불합리한 공격에 잘 맞서 싸워왔던 그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것은 환멸이다. 자기가 부정당하고 더럽혀지는 것에 대해 모멸감을 느끼다가 그 모멸감의 벼랑 끝에서 만난 환멸감, 그렇다. 인간에 대한 환멸감은 그렇게 온다. 순결의식을 가진 지식인에게 쉽게 찾아오는, 인간에 대한 혐오와 환멸은 그렇게 온다.

박원순과 노회찬은 노무현의 죽음을 보았다. 언론이라는 권력의 사냥개들이 노무현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과정을 본 것이다. 그 참혹한 꼴을 당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던 것이다. 더럽게 사느니 순결하게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그들을 죽음으로 끌고간 것이다. 순결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다. 진흙탕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더럽게 살아온 사람에게 순결의식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자들은 자기가 살기 위해 타자를 악랄하게 물어뜯으며 생존해 왔기 때문에 더러움에 대한 자각이 없다. 권성동, 장재원, 한동훈, 김건희, 윤석열 같은 이들이 감히 자살을 꿈꿀 수나 있겠나?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이재명의 얼굴에서 피로감을 본다. 그 피로감이 환멸과 혐오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된다. 약간 그런 낌새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것일까? ‘이재명 죽어라, 이재명 죽어라, 이재명 죽어라’고 연일 쏟아지는 주문 앞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끔은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들이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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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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