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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스물아홉, 우리들의 이야기 '아홉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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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스물아홉, 우리들의 이야기 '아홉수 우리들'
  • 딴지 USA
  • 승인 2023.03.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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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성장물’이라고 하면 10대,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풋풋한 낭만과 캠퍼스 라이프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대가 지나면 성장이 끝나 완벽해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존재고, 위기와 갈등은 언제든 불쑥불쑥 찾아오니까요.

실제로 우리는 막상 나이가 들면 어렸을 적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자책하기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회의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기도, 소중했던 인연에 의해 상처를 입기도 하죠. 성장통은 젊었을 때에만 겪는 게 아닙니다. 여기,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프고 방황하는 스물아홉 우리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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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은 ‘우리’들입니다. 봉우리, 김우리, 차우리 모두 ‘우리’라는 같은 이름을 갖고 있죠. 하지만 성격과 살아가는 삶은 제각기 다릅니다.

봉우리는 중소 기업의 비정규직 디자이너로, 밝고 명랑하며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졌죠. 옷 입는 것과 예쁜 소품들을 좋아하고 친화력이 좋아 누구와도 금방 친해집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멋지고 잘생긴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연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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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리는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입니다. 의사인 엘리트 오빠와 교수이신 부모님 아래 유복하면서도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났죠. 선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요리를 잘해서 취미는 도시락 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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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리는 승무원입니다. 돈을 사랑하고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좀비 미드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솔직하고 호불호가 확실하며 야무진 성격입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동기 중에서 가장 빠르게 대리로 승진할 만큼 싹싹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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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셋은 각기 다른 고충을 갖고 있어요. 봉우리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4년을 사귀며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습니다. 거기에 당장 독립해야 할 위기까지 처하게 됩니다. 여러 불행이 한꺼번에 닥쳐오자 수 개월간 방에 틀어박혀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자책과 우울함에 빠집니다.

김우리는 공황장애를 앓게 됩니다. 독서실에만 있으면 숨이 가빠오고 식은땀이 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공부만 하면 되는데 내가 힘들 자격이 있나’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죠. 엘리트인 가족들에게 눈치를 보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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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리는 가정을 책임지는 맏딸로,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감정적이고 무능력한 어머니 대신 홀로 빚도 갚고 재정적인 책임을 지며 살아왔습니다. 남동생을 떠받들어주는 어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일찍부터 어떤 선택을 할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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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겪는 모든 상황들은 현실에서의 우리 역시 자주 겪을 수 있는, 혹은 겪어왔던 삶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한번쯤 ‘우리’가 되어봤을 거예요. 계약직으로서의 서러움, 믿었던 연인에게서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 매일 10시간 이상 공부하면서도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리는 공시생과 취준생, 소년소녀 가장과 장남 혹은 장녀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 감정노동 종사자로서 겪는 스트레스 등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암시하듯 모든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하고 끊임없이 고비를 넘으면서도 사소한 농담과 맛있는 음식에 행복하게 웃고 싶은 우리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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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이 웹툰에서의 ‘우리’들은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할까요?

봉우리는 친구들의 위로와 조언 덕에 용기를 내고 집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머리도 자르고, 목욕탕도 다녀오고 옛 남자친구를 잊고 나아가기로 결심하죠. 원하지 않던 디자이너의 삶 대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며 작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항상 연인을 인생의 구원자로 삼던 의존적인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과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씩씩하게 선언하기도 합니다.

김우리는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독서실을 벗어납니다. 교대 진학 실패와 삼수, 공무원 준비 등 여태까지 살아온 길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오랜만에 예쁘게 가꾸고 공원에 앉아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용기를 내어 엄격하신 부모님께 공시를 포기한다고 말하기도 하죠.

차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며 타인에게 뾰족하게 굴었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많았다는 걸 알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민혁에게도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이 많아 ‘연인’이라는 역할까지 얹어지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감정 소모를 피하려고 했지만 새로운 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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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성장한다고 순식간에 걱정거리가 사라지거나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는 무적의 용사가 되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나아가고 성장하기로 결심했지만 여전히 걱정과 불안은 남아있고, 한 걸음 나아가려는 순간에 다시 혼란스러운 위기가 파도처럼 달려들기도 합니다. 봉우리는 최악의 순간에 옛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잘 잊어가다가 남자친구의 연락에 결국은 전화를 받고 말죠. 김우리는 공시를 포기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가 결국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에 휩싸이죠. 차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믿지 않고 남동생 역시 철없이 굴며 속을 썩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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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이 진정으로 현실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성장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는 도중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고난을 맞이하고 스트레스를 받죠. 내가 해결하거나 바꿀 수 없는 외부 환경은 그대로일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런 삶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들에게 ‘우리’들이 작은 위로를 건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와 닮은 ‘우리’들에게 독자 역시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우리’에게서 공감과 위안을 얻으며 울컥하기도,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스물아홉, 누군가에게는 회상하는 추억이 된 스물아홉. 누구에게나 각자의 스물아홉은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어렸을 적 꿈꾸던 멋진 커리어우먼은 되지 못했지만 친한 친구들과의 수다, 새로운 관계에서 다가오는 설렘, 맛있는 음식과 가벼운 농담으로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어른이 되고싶은 우리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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