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 주택 수요 증가로 가격 오름세
내 집 장만으로 대변되는 ‘아메리칸드림’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높은 이자율과 치솟는 집값으로 수년째 주택 구입 여건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건설 업계에 주택 소형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동안 대형 주택 건설에 주력했던 주택 건설사들이 작고 저렴한 주택 공급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 작년 신규 주택 중간 크기 2,179SF
연방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주택 소형화 트렌드로 작년 신규 주택의 중간 크기는 전년보다 약 4% 작아진 2,179평방피트로 2010년 이후 가장 작아졌다. 주택 소형화 영향으로 건축 비용이 적게 들어 지난해 신규 주택 가격도 전년 대비 약 6% 인하됐다. 특히 한 건물 하나에 1채 이상의 주택이 벽을 사이에 두고 입주하는 형태인 타운하우스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전국주택건축업협회’(NAHB)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축 중인 신규 주택 5채 중 1채는 타운하우스였다. 건축 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려는 건설업계의 새 전략에 따라 신규 주택은 작고 높아지는 반면 창문, 출입문, 캐비닛 수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소형화 트렌드는 경제학자들과 부동산전문가들은 서민과 첫주택구입자가 구입할 수 있는 ‘진입 가격대 주택’(Starter Home)의 심각한 부족 현상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D.C.소재 싱크탱크 ‘초당적 정책 연구소’(Bipartisan Policy Center)의 앤디 윙클러 주택 인프라스트럭처 부문 디렉터는 “주택 크기가 조금만 작아져도 건설사와 바이어는 한 채 당 수천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높은 집값과 이자율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매물 탓에 주택 구입 여건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잘 반영하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 눈높이 낮추면 내 집 마련 수월
니키 체샤이어는 얼마 전부터 버지니아주 프레데릭 카운티에서 새로 살 집을 보러 다녔다. 그녀가 원하는 조건은 침실 3개, 건물과 연결된 차고, 반려견을 위한 작은 마당 등 까다롭지 않았다. 그러나 매물 쇼핑을 시작하자마자 눈높이를 낮춰야만 하는 주택 시장 현실에 직면했다. 처음엔 단독 주택 위주로 보러 다녔는데 나오는 집의 가격은 그녀의 구입 예산인 45만 달러를 모두 훌쩍 넘겼다.
6주간 집을 보면서 구매 오퍼를 두 번 제출했지만 모두 경쟁 바이어에게 밀리고 말았다. 눈높이를 대폭 낮춘 그녀는 40만 8,000달러에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를 구매해 입주했다. 구매 가격이 예산보다 낮을 뿐 모든 조건이 충족한 것은 아니었다. 체샤이어는 “여러 집을 봤는데 모두 불필요하게 크고 가격도 비쌌다”라며 “이번에 구매한 집은 원했던 크기보다 작지만 나와 반려견이 생활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만족했다.
주택 소형화 트렌드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나타난 추세와 정반대다. 당시 큰 건물과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을 찾기 위해 도심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는 미국인이 많았다. 팬데믹 기간 저축이 늘고 이자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크고 비싼 집을 살 능력을 갖춘 미국인 증가했고 이는 전국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4년간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28%나 급등해 현재 41만 8,000달러까지 올랐다. 이 기간 바닥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며 한 때 23년 만에 최고치인 7%를 넘기도 했는데 주택 구입 여건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작고 싼 진입 가격대 주택의 심각한 부족 현상은 주택 시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 건설업계, 소형 주택 공급 주력
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택 건설사들은 그동안 수익성이 높은 교외 지역 대형 주택과 아파트 건물 건설에 주력했다. 그런데 최근 이자율 상승과 함께 건설사들의 차입 비용이 오르고 저렴한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저렴한 주택 공급으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전국 최대 주택 건설사 중 한 곳인 D.R. Horton은 지난해 8만 2,000채가 넘는 신규 주택을 판매했는데 대부분이 40만 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대로 주 구매층은 첫주택구입자였다. D.R. Horton가 현재 짓는 주택은 900평방피트짜리 초소형 주택에서부터 시작한다.
평균 판매가가 100만 달러를 넘는 고급 주택 건설사인 톨 브라더스 저렴한 소형 주택 건설로 영업 방침을 변경했다. 저렴하면서도 고급 조건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톨 브라더스의 지난해 40만 달러 미만 주택 판매량은 전년도의 2배를 넘었고 주력 주택인 고급 주택 판매량도 넘어섰다. 더글라스 이얼리 톨 브라더스 CEO는 “7,500만 명이 넘는 밀레니엄 세대가 40대에 생애첫주택을 구입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라며 “전체 주택 공급량 중 진입 가격대 주택을 45%로 늘려 부유한 첫주택구입자를 공략하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주택 시장 위기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해결이 시급한 현안으로 꼽혀왔다. 최근 의회 연설에 바이든 대통령은 200만 채가 넘는 저소득층 주택 개발 및 개조 계획과 모기지 대출 용도의 세금 크레딧 9,600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택 시장 개혁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진입 가격대 주택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24만 3,000달러로 올랐다. 경기 대침체 이후 주택 신축이 급감하면서 진입 가격대 주택 가격도 치솟기 시작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대 신축된 단독 주택은 1960년대 이후 가장 적고 이로 인해 현재 수백만 채가 넘는 주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의 오프 디본가이 선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약 43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하다”라며 “공급 부족에 따른 구입 여건 악화로 저렴한 가격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계속 쌓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소형 주택도 가격 상승세
고급 주택 가격은 둔화세지만 진입 가격대 주택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진입 가격대 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약 2% 상승했고 2019년 대비로는 약 45%나 높은 수준이다. 생애첫주택 구입자인 애나 콜리브와 약혼남은 남가주 애너하임에 둥지를 틀기 위해 작년 9월부터 집을 보러 다녔다.
모기지페이먼트가 소득의 25%를 넘지 않는 집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그들은 매주 이자율이 요동치고 집값은 계속 오르자 계획 변경이 불가피했다. 이들은 지역, 건평, 침실 개수, 주방 조건 등 여러 조건을 하향 조정한 끝에 올해 초 약 1,550평방피트짜리 주택을 91만 달러에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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