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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교회 폐쇄로 본 교단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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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교회 폐쇄로 본 교단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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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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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지만 내가 속해있고, 내가 사랑하는 교단이다. 고신에 속한 세계로교회가 대면예배금지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다. 나는 이 불행한 사태에 해당교회와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고신 교단지도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조치에 대해서는 장로회교회에서는 총회가 대응할 의무를 지닌다. 종교개혁 직후 스코틀랜드 총회는 국가의 중요한 결정이 교회와 관련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영향을 미치곤 하였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지만 같이 가야 하는 영역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일방통행은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정부가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정부 고유일 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교회의 예배모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의 영역만은 아니다. 정부가 이것을 만들 때 얼마나 교회의 지도자들과 의논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나타나는 불협화음이나 문제점은 충분한 의논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각 교단지도자들도 책임이 작지 않다. 거리두기 원칙에 대해서는 교단지도자들이 처음부터 문제점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정부당국에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을 하도록 요구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교단의 지도자들은 방역당국이 원칙을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정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모든 종교시설은 비대면 모임을 가져야 하고 영상촬영을 위해 20명만 허락하고 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작은 교회당의 경우 허용된 인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속한 교회는 60명 정도가 정원인 예배당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예배당 좌석의 20%만 허용되었기 때문에 12명이내만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2.5단계에서는 20명이 허용된 것이다. 2단계는 12명, 2.5단계는 20명이라니? 물론 우리는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도가 영상촬영을 위한 최소인원을 의도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서 영상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 10이하로 모이고 있다. 법이 모호하면 이를 악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부산 세계로교회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수천 명이 모일 수 있는 예배당을 가진 교회도 20명, 60명이 모이는 교회도 20명을 허용한 것은 누가보아도 합리적인 조치는 아닌 듯하다. 2단계가 20%이면, 2.5단계는 10%나, 5%라도 허용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공정성의 문제는 교회당 규모에서 뿐 아니다.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에 공정성의 문제가 드러난다. 마스크를 벗어야만 하는 식당은 가능한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는 예배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은 예배를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예배는 식당과는 달리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니 좀 참아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어느 때부터 생계를 위한 일은 우리사회에서 숭고한 일이 되었다. 이를 부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에게 예배도 이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배가 먹고사는 것보다 더 경하게 여김을 받는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콩나물시루 같은 고층빌당 엘리베이터나, 붐비는 백화점과 지하철, 그리고 식당을 그대로 두고 어느 교회당이나 20명만 모이라고 한다면 그 공정성을 기독교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언제든 제2, 제3의 세계로교회가 나오게 될 것이다.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교단의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정부당국과 이를 의논하여 속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수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동안에는 산하 교회에 정부의 원칙에 순종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교회마다 알아서 하라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로교회의 폐쇄는 교단의 무책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장로회교회는 국가적인 조직, 총회를 구성하는 진정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교단지도부는 스스로 방역당국이라고 여기고 이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역당국의 지시에만 소극적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교단차원에서 방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장로회교단만큼 잘 짜인 조직과 인력이 어디 있겠는가? 캠페인도 좋고, 성금을 모아도 좋고, 방역에 취약한 시설과 이웃을 돌아보아도 좋겠다. 교회가 세상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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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lak Ki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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