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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목사의 이중직 발언.. 쓸모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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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목사의 이중직 발언.. 쓸모없는 이야기
  • 딴지 USA
  • 승인 2023.06.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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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배 차량운행부터 철야기도회 끝나고 교회문 걸어 잠그는 일까지 하게 할 수 있었다. 주일학교서부터 장년 예배까지, 음악적 재능이 있으면 찬양인도에 반주, 심지어 성가대 지휘까지 시킬 수 있던 때. 오래전 얘기도 하니다. 불과 2-3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지냈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고난속에서 은혜를 찾던 “가난한 신학생”들에게 교회를 위해 헌신/봉사 하는 건 그 어떤 일 보다 가치있다 믿었기 때문이다. 가족이고 자녀고 없다. 교회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은 '주님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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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부인(성경엔 없지만 교회에선 '사모'라 칭하는)의 80%가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분명한 건 자신의 소명을 누군가에게 오롯이 의탁해야 했던 선택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스겟소리지만, 목회자 자녀의 절반은 부모와 함께 참된 신앙을 겸비한다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예 삐뚤어지는 경향이 크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전해졌다. 비행청소년 중, 아버지가 목회자인 경우에 많았다는 통계. 위나 아래 건 모두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진 않는다. (조사를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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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기에 청춘을 보내며 살았던 이들에게 웰빙이며 워라벨은 사치일 뿐이다. 물가가 10배 이상 올랐지만, 임금 수준은 여전히 최저임금보다 못하다. 그래도 괜찮다. 그들에겐. 더 어렵고 배 고픈 시절, 하나님의 일이라며 교회에 열정을 쏟아부은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시대를 초월해 있다.

이해한다. 충분히. 그렇게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뿐이다. 그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 그렇게 실천할 이유도 없다. 굳이 비난할 필요 없다는 얘기. 그냥 옛날 사람이 딱 자기 수준에 맞는 얘기를 했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될 일.

은퇴한 목사의 발언이 실은 쓸모없는 얘기라는 걸 돌려 말했다. 의미 없는 발언에 왈가왈부 할 필요 없다 생각한다. 솔직히, '이중직' 같은 16세기 종교개혁 때나 쓰던 단어를 꺼내 21세기에 사용/적용하려면, 민주주의가 아닌, 왕정시대로 돌아가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집사, 장로, 목사 모두 교회의 운영을 위해 각기 다른 역할을 지닌 직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뭐가 더 성스럽고 고귀하고 가치있는 일인지 따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권력은 자연스럽게 부여되 부패하고 타락하게 된다. 과거 중세 교회가 그랬고, 지금 우리네 교회 문화가 그러하다.

쥐꼬리만한 권력 쥐어주면 어떻게든 갑질 좀 해보겠다는 심보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밀라노 칙령 이후 타락의 길에 들어선 교회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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